세대를 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아 미래 기계와의 전쟁을 그린 ‘터미네이터’(시리즈)가 있다. 그 가운데 1991년 개봉작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금속 인간로봇’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도 잘 잊혀지지 않는다. 슈워제네거의 총에 맞아 몸에 큰 구멍이 나도, 몸이 거의 형체가 없이 사라질 것 같아도 이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된다. 불사조같은 로봇이다. ‘액체금속(형상기억합금)’은 일정 온도가 되면 기억을 찾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꿈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 로봇과 싸우는 일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바늘로 100차례를 찔렀다. 순간적으로 찌그러졌으나 바늘을 떼자 원래 모양대로 돌아왔다.” “섭씨 90도로 10분간 가열했지만 일부 스파이크(돌기)만 떨어졌고 전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과 관련한 정치권의 ‘전수조사’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이해충돌 문제에 관한 관심은 대량해고 사태를 빚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창업주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책임론과 피감기관의 수천억 원대 공사 수주 의혹 끝에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 사태에 의해 촉발됐다. 차제에 정치인 이해충돌 전수조사의 범위를 ‘지방의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이해충돌 여지에 대한 현황조사가 정쟁을 덧내는 불쏘시개가 아니라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정치개혁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남국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으로 이해충돌과 관련된 세부적 기준의 규정을 마련하고 이해..
코로나19 이후 하염없이 추락했던 주가가 최근 역대 최대폭으로 반등하면서 주식투자 인구와 자금, 거래규모 등에서 각종 신기록을 수립하며 주식대박의 무용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장중 1439로 무너졌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만에 1천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2400선을 넘었고, 코스닥도 100% 이상 뛰어오르며 9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증시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기관과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한 것을 빗대어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무렵 증시로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은 무려 70조 원으로 여기에..
2019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여름휴가가 한창인 8월 1일 오전 의정부시 00아파트 10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평일이라 많은 주민들이 출근을 하여 인명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경상자 2명, 연기 흡입자 수가 28명이나 되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내용은 공동주택 화재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해당 층 또는 위층 세대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10층부터 20층까지 많은 세대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원인을 보면 상부층 주민들이 세대 출입문과 계단 방화문을 개방한 채로 대피하여 계단실로 유입된 연기에 의한 다수의 연기흡입자가 발생하였다. 그러면, “공동주택 화재 시 슬기롭게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있다. 지금부터 상황에 맞는 적절한 피난 방법..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과정의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주문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좌절을 맛본 국민의힘은 그동안 ‘태업’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 현행법에 따라 공수처 출범을 수용하면서 ‘독립성 확보’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는 게 맞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백혜련안’과 ‘김용민안’ 두 가지다. 대략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고, 총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추천하도록 한 현행 야당의 견제권을 무력화(無力化)하는 내용이다. ‘백혜련안’에 따르면, 10일 이내에..
한미동맹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식상하리 만치 단골이슈가 되어 오면서, 동맹유지의 당위성 보다는 이른바 ‘개혁적인 재조정’으로 방향이 잡혀가는 듯하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동맹이 양국 관계의 근간’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미덥지 못한 마음은 여전하다. 통일부 장관의 소위 ‘한미평화동맹’과 같은 말장난으로 치부되는 수사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집권한지 4년차가 되어가고 한미 양국 정상 간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집권층 일부는 현 시점까지도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수적인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 쇠퇴론’과 ‘중국 역할론’ 사이에서 갈지자..
“각종 감염병의 유행 상황을 설명할 때 인류 생존에 위협을 주는 전쟁에 비유하는데, 사실상 전 세계는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최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발생한 사상자가 많게는 7000만명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봤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집계된 환자만 해도 3000만명이며 사망자는 1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감나는 비유인 것 같다. 그의 말대로라면 코로나 3차 세계대전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발발했다. 그리고 이제 9개월여가 됐는데 포연은 더 짙어지고 전장도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언제 코로나 싸움이 끝날지 예측만 할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고단하기만 한 기자와 PD는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인기직종이다. 저널리즘이 강세를 띠던 시절에는 기자가, 2000년대 들어 방송영상이 문화산업의 주류로 등장한 다음부터는 PD가 전공을 불문코 최고인기 직종이 되었다. 광고종사자도 매력적인 직업으로 손꼽힌다. 이 모든걸 가르치고 공부하는 학과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이다. 신문방송학과, 언론정보학과, 미디어영상학과 등 이름을 달리해도 같은 과를 지칭한다. 주요 신문방송사의 신입 충원현황을 보면 전공하는 학과와 직업이 매칭을 이루는건 수요공급구조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 나아가 PD와 기자 중에 미디어 관련 전공자는 생각보다 적다. 해당업무에 필요한 능력이 전공과목에서 모두 배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기술을 주로 배우는 3년제 대학과 저널리스트와 PD로의 길을 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계는 물론 국민의힘 당내 일부에 반발기류가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2일 김 위원장을 만나 우려를 전달했다. 국민의힘은 이 시점에 ‘공정경제 3법’에 반대로 돌아서면 순식간에 수구꼴통으로 몰리면서 가까스로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당 이미지가 추락할 개연성이 높다. 독소조항을 개선할 보완책을 마련해 여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게 맞다. ‘공정경제 3법’은 대주주 견제기능 강화, 대기업 경제력 남용 통제 등을 골자로 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이 중에 상법 개정안 핵심은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제·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장마가 한반도에 길게 머물렀다. 관측 이래 최장의 장마라는 말을 들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뒤숭숭한 판국에 수해까지 덮쳐 수재민들의 상처는 더 깊어졌을 터였다. 집중호우에 살림살이가 거덜 난 수재민들을 보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은 러시아 최초의 여성 통치자이며 신성함이라는 뜻을 가진 태풍 ‘올가’가 올라와 내륙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날이었다. 신성함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중부지방을 때린 ‘올가’는 많은 걸 휩쓸어 갔다. 1999년 여름의 일이었다. ‘올가’가 내륙을 향해 올라오던 그 시각 우리 형제들은 평택으로 모이고 있었다. 아버지 생신잔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일찌감치 출발해서 내려온 터라 부모님이 계시는 일터에 머물러 있었다. 그날 오산역 인근이 폭우로 물에 잠기면서 서울을 오가는 모든 차편과 기차편이 끊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