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증후군에 시달려온 대한민국 여성들. 이번 한가위는 코로나로 부모를 찾아뵙는 수고로움(?)은 좀 덜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직장이나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주요 길목마다 우먼파워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18일 진보진영의 아이콘이었던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87세)가 숨졌다. 긴즈버그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때까지(2021년1월21일)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민주당도 그녀의 말에 호응하며 후임자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불복’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선거전..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21대 국회는 첫 국정감사를 맞는다. 오는 7일부터 20일가량 실시하는 21대 국회 첫 국감은 ‘코로나19(COVID-19) 뉴노멀’ 시대에 맞춰 대폭 축소되고 감사장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예기치 못한 시대 상황임에도 이번 국감의 중요성은 대단히 높다. 총체적 난국을 맞닥트린 국정 상황을 점검하여 바로잡고 보완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여야가 비상시국임을 숙고해서 과도한 정쟁을 삼가기를 기대한다. 추석 연휴 직후에 국감 정국을 관통할 대형이슈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짓말 논란, 공수처 등을 둘러싼 논쟁 등이다. 각 당의 정략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아무래도 가장 뜨거운 상임위는 최근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피살 사건으로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외통위와 국방..
조선시대 평민이 양반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과거 급제뿐이었다. 서원이 등장하기 전 조선시대 교육기관은 서울 중앙에 있었던 성균관과 지방에 있었던 향교였다. 당시 과거 급제를 위해 유생들이 주로 찾았던 교육기관은 향교였으며, 향교는 공자를 모시고 제향과 교육을 담당하던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당시 향교는 오직 과거급제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었고, 시대적으로 향교를 대신해 성리학 본연의 학문을 가르칠 새로운 교육기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 서원이다. 주세붕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인재 양성 기관’으로서 서원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들이 조선의 관리가 되어 백성과 임금을 위해 일해 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서원 유생 선발부터 서원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의 초점이 모두 조선의 관리가 되기 위..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의 보고서 하나로 촉발된 지역화폐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조세연이 과거 지방행정연구원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지역 내 부가가치 증대 효과 등에 대해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의 피해, 소비자 후생손실, 관리비용 확대, 지역 내 인플레이션 등의 역효과를 지적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런데 지역화폐 효과와 관련한 논쟁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국내 지역화폐 발행이 본격 시작됐던 2000년대 중반부터 지역화폐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19년 이후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화폐 발행이 급격히 늘면서 막대한 세금 투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이런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화폐의 목적과 기능에 대..
경기도체육회가 민선1기 체육회장 시대를 맞은 지 9개월을 향해가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정치와 체육이 분리되면서 지난 1월 15일 선거를 통해 이원성 회장을 민선1기 회장으로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당선 및 선거 무효 소송을 거치는 등 혼란을 겪기도했지만 한달여 만에 법원에서 이원성 회장이 제기한 당선무효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고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이 경기도체육회장으로 인준을 받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도 8개월이 되가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는 민선1기 시대를 맞아 발전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당선 직후부터 도, 도의회와의 갈등설이 돌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민선1기 도체육회 임원 선임도 계속 미뤄지다 지난 7월에야 완료됐다. 그 사..
“얘들아~ 오지마라.” “코로나 끝나거든 온나. 사랑한다” 며칠 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본 가슴 저릿한 어르신들의 영상이 있다. 코로나 19로 고향 못 오는 자녀들의 불편한 마음을 보듬어 주고자 의성군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찍은 ‘귀향 자재’ 동영상 편지였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이 각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고 촬영 장소도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 안방이나 마루, 마당 등으로 고향 냄새가 풀풀 나는 영상이었다. 무료한 일과 속에서 명절만 기다리던 어르신들께는 보고 싶은 자식 안 보기로 한 건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재 확산으로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쳐야 했던 수도권의 경우만 보더라도 마땅한 조치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왠지..
요즘 어두움이 찾아오면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을 자주 간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사회가 깊어지면서 저녁을 집에서 하면, 밖으로 나가 1시간여 운동장에서 뛰거나 걷곤 한다. 낮에 거의 해를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의 긴장마를 거친 뒤 찾아온 최근 며칠 사이의 청명한 가을 날씨는 모처럼 자연이 주는 선물 같다. 모두들 지쳐있다.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집어삼킨지 벌써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숨도 마음대로 못 쉰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들을 불안한 마음에 다시 쳐다보는 계절이다. ‘아무 일 없이 들어왔겠지?…’하면서. 코로나사태로 세계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냉기가 안방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의 비정상이 일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건네준 가을 밤은 좀..
지난 22일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된 후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이 터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 군의 대응은 적정했는지, 청와대의 대처는 타당했는지를 비롯한 갖가지 논란이 확산 중이다. 우리 국민이, 그것도 공무원이 북한군으로부터 사살되고 불태워진 끔찍한 사태다. 자진 월북이냐, 아니냐 등 본질을 벗어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너무 다른 남북당국 발표의 차이점부터 낱낱이 밝혀내는 게 급선무다. 우리 공무원에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에 대해 북한이 25일 통지문을 통해 입장과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상당 부분 모순점들이 많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반인륜적 만행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국면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국방부가 발표한..
최근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의 횡포(The tyranny of merit)’이라는 제목의 책 출판을 기념한 테드(TED) 강연에서 세계화는 깊은 불평등과 임금 정체를 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소득 등 세계 경제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세계화 옹호자들은 비판했다. 여기서 능력(merit)은 실력이나 성과, 지능 등을 뜻하는 용어지만 능력주의(meritocracy)에는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받거나 능력 있는 계층의 지배층'이 운영하는 어떤 정부를 가리키기도 하고, 원칙 외의 뭔가에 차이를 두는 체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금의 코로나 확산은 교육을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수선공, 식료품 가게 점원 등과 같이 급여가 낮다고 무시하고, 존경하지 않던 일을..
살면서 지금과 같은 사태는 모두가 처음 겪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현실은 상상 그 이상이다. 코로나 사태로 영화 제작일이 중단되고 방송사들도 신규 제작보다는 재활용을 하며 제작비 절감을 하고 있는데 적자의 늪에서 헤매는 악순환이 외주제작사로 전가되었다. 프로그램들은 손쉬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스페셜이라는 미명 아래 재방송을 하며 외주제작사들은 재편집료로 기존 제작비의 30%를 받는다고 한다. 이미 동료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사무실 임대료와 기본 제작비를 겨우 맞추는 수준이다. 한 방송사가 계절마다 했던 공모도 줄어들어 겨우 수십 편에 이르던 외주공모가 3편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나마도 국내 취재 다큐 프로그램 30분 한 편에 500만 원이니 어떻게 제작을 하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