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달 말 정기국회에 제출될 ‘공정경제 3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들은 사실상 독주 형식으로 운영되는 국회에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신속한 통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법안에 대해 경영계가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그렇게 막무가내로 처리해선 안 된다. 더욱이 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신중하고도 슬기로운 입법이 필요하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핵심이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제동장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해외 투기자본 또는 국내외 경쟁사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에 간섭할 빌미를 제공하고, 심하면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기업을 하..
2017년 1월 25일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던 최순실은 수의를 입고 특검조사를 받으러 가던 중 취재진을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특검이 아닙니다”고 소리쳤다. 취재진을 향해 ‘민주주의’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은 자못 장엄하게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를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국민들 중 많은 이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한 그녀의 모습에 울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 생방송 카메라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 통쾌한 한 마디가 있었다. 특검이 위치한 건물의 청소부로 일하던 한 여성이 최순실을 향해 “염병하네”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하고 답답해하던 많은 국민들에게 사이다와 같은 외침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최순실을 향해 외쳤던 ‘염병(染病)’은 원래 장티푸스를 일컫는 단어였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균에 감염..
제2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백가쟁명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 모두 일단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한목소리다. 그러나 지난 1차 때처럼 전 국민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를 놓고 목소리가 갈린다. 마치 불난 집 앞에서 양동이냐 세숫대야냐를 놓고서 다투는 꼴이다. 통합당은 선별지급 쪽이지만, 여당 쪽은 좀 복잡하다. 시급한 재난지원금인 만큼 논쟁 자체를 하루빨리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이재명 도지사는 일찌감치 전국민 지원을 주장하면서 그 당위성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당권 주자들 간에는 이낙연 후보는 선별적 지급을 주장하는 반면, 김부겸·박주민 후보는 전국민 지급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도지사는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논란..
필자에겐 유달리 애착이 가는 작은 모임이 하나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시절 고위직을 지낸 지인(현직 교수)과 언론인 출신 현 정부 인사가 함께하는 자리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우리 3명은 특별한 사정(집안 애경사, 해외 출장 등)이 없는 한 지난 20여년간 거의 빠짐없이 매달 한 번씩 식사를 하면서 세상이야기 그리고 서로의 개인사를 놓고 흉금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이달에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비록 소규모 모임이지만 서로 조심하고 정부 시책도 조금은 의식해서라고 할까. 지난해 말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올 초 우리나라에 첫 확진자를 발생시킨 코로나사태는 전 지구촌을 강타하고, 우리 삶의 작은 구석까지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지 오래된 항공업계의 경우 조종사들이 생..
일제강점기 영향으로 여자들 이름이 ‘자’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6~70년대 ‘희’와 ‘숙’ ‘경’을 거쳐 80년대 이후에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이름이 만들어졌다. 16세기 필사신문을 의미하는 가제트에서 시작된 신문의 이름은 연단을 뜻하는 트리뷴, 우편물을 뜻하는 포스트, 전령을 의미하는 헤럴드, 타임즈 등이 붙었다. 워싱턴포스트,시카고트리뷴 등 뉴스의 수집과 유통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 앞에 지역명을 붙여다. 인터넷 시대로 들어선 지금 프레시안은 기본이고 뉴스토마토, 쿠키뉴스 등이 등장했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미국은 NBC, ABC, CBS의 3대 방송국의 아성을 뚫고 1986년 폭스가 진입하였다. 방송사명 앞에 ‘National’이나 ‘American’등의 묵직한 접두사가 사라진 첫 사례다. 한국은 3대 방송사를 중심으로 변화가 없다. 부산민..
2020년 1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몰하여 세상을 떠들썩한지 벌써 8개월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물난리로 많은 지역이 괴로움을 겪었고 더위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잊어버린 자연의 고마움을 상기 시켜준다. 또한 마스크를 쓰게 함으로써 막말을 자제하게 하였고 장마로 인간의 탐욕을 씻어 내렸다.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며 싱그럽고 청아한 가을의 공기와 풍광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가을은 아름다움의 향기를 머금은 풍요와 사색의 계절이다. 가을의 맛과 멋은 우리의 눈으로, 코로, 귀로,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특히 가을은 단풍의 화려함과 낙엽의 쓸쓸함 그리고 황량한 겨울의 문턱이라 더욱 인간을 사색적·철학적으로 만든다. 요즈음의 시기를 ‘아름다움과 행복을 머금은..
아무도 원하지 않던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이 심상찮은데, 여야 정치권은 책임소재를 놓고 무한 정쟁(政爭)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을 엮어 코로나 재확산의 책임을 돌리는 데 열중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감염병이 다소 뜸한 틈에 경제 활성화 우선 정책을 쓴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주장을 편다. 불난 집 팽개쳐두고 멱살이나 잡고 늘어지는 꼴들이 너무 남사스럽지 않나. 여권에선 연일 ‘광복절 집회 배후에 통합당이 있다’, ‘광복절 집회를 방조한 통합당이 석고대죄하라’는 주장이 쏟아진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극우세력을 지목해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테러나 다름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배후에 미래통합당이 있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후..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서식하는 들쥐 레밍(Lemming)은 이따금씩 떼 지어 달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 집단자살 행태로 유명하다. 이들의 행위는 당초 왕성한 번식력으로 순식간에 늘어나는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이성(理性) 행위로 해석됐다. 임신 기간은 20일, 한꺼번에 낳는 새끼 수가 2~8마리에 출산 후 두 시간이면 다시 임신이 된다. 그러나 학자들의 본격 연구로 ‘지독한 근시’와 ‘떼거리 본능에 따른 과속 질주’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은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있다. 만장일치(滿場一致) 역시 독재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의 상징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양성의 보장에 있다. 다양성을 슬기롭게 소화해내는 방법으로 인류는 민주주의를 고안해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곧..
코로나19 이후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부산연구원의 책임연구위원 오재환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를 다섯 가지로 설명한바 있다. 경제구조가 변화해 언택트 소비로 대변되는 온라인 소비 확대, 인공지능·5G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실현 가시화, 생산기지 이전 등 공급체계 변화 등을 예상했다. ‘홈족’(Home 族) 문화, ‘집콕’ 일상화, 건강 추구형 관광이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비접촉 문화의 확대에 따른 재택근무와 스마트 워크 증가, 접촉 완충 공간 요구 등이 늘면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자발적인 고립의 증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증가, 스마트 행정복지 수요 확대도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건강·위생용품 수요 급증과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 공공 보건의료 시스템 강화, 감염병..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13일 하루 집단 휴진에 들어간데 이어 21일부터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 전공의들은 앞으로 병원 사직서 제출에 이어 전문의시험 거부 등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일반 중증 및 응급환자들의 치료환경 악화는 물론 자칫 의료 시스템 전반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설상가상격으로 대한의사협회도 오는 26~28일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예고함으로써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민 안전을 돌봐야 하는 정부, 그리고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의료계 모두 사회적 책임과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현재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 동안 한 해 최대 400명씩을 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