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인이 2017년 벌금형 등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신청인 개명 전력과 범행 전과·개명신청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개명을 허가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2차례 개명을 한데다 벌금형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 개명을 신청하자 부산가정법원이 지난해 6월 이를 불허(항소심 기각)한 판결문이다. 보수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지난 4·15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개명한지 반년만에 ‘국민의힘’으로 다시 간판을 달았다. 1987년 개헌 이후 3당합당으로 태어난 민주자유당(1990년)을 시작으로 보수정당은 신한국당(1995년)-한나라당(1997년)-새누리당(2012년)-자유한국당(2017년)-미래통합당(2020년)까지 단명(短名)의 연속이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명 역사도 큰 차이가 없다. 정당정치가 오래된..
정부가 논란이 돼온 부동산 거래 감시기구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연내 출범시키기로 했다. 여당은 분석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료·금융자산·신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법안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새로 설치되는 감시기구는 영락없는 ‘부동산 빅 브러더’다. 투기를 차단하고 시장교란 행위를 적발·처벌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통제만능주의가 빚어낼 더 큰 부작용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감독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불법행위 근절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차단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구상은 독립 기구가 아니라,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의 사례를 참고해 현재..
2~30대의 젊은 자녀와 은퇴를 전후한 평범한 5~60대의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거주한다고 가정하자. 이럴 때 자동차를 사고 외식을 하며 문화생활을 하는 소비 규모는 자녀와 부모 중 누가 많이할까.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당연히 젊은 세대쪽일 것이다. 그리고 생산활동에 참여하거나 생산성이 높은 쪽도 노부부 보다는 자녀일 것이다. 개인처럼 국가에도 나이가 있다. 젊은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많으면 그 나라의 나이는 낮아지고 젊은층이 적으면 고령사회가 된다. 젊은 국가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왕성한 반면 고령사회가 될수록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생산성도 떨어져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게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출산율 0.9%대에서 0.8%대 하락, 혼인율 사상 최저(이상 올2분기), 그리고 1인가구중 결혼연령대인 2~3..
도시재생사업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국정과제로, 쇠락한 도시를 재활성화시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매년 10조 원 규모로 전국 500여 개 쇠퇴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주도 도시공간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2019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30곳은 국가공모 방식으로, 70곳은 광역시⸱도 자체 방식으로 선정되었다. 2020년 2월 경기도로부터 도시재생전략계획 승인을 받은 안성시와 동두천시를 포함하면 8월 현재까지 도내 기초지자체 중 16개 지자체의 34개 마을이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지역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도내 기초지자체 조례와 이와 관련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관련 조례를 보면, 도시재생 활성화 지원 조례,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 사무(민간)위탁 조례, 공유재산관리 조례, 다문화가족지원 조례는 16개 모든 지자체에서 제정하고 있다. 반면에 도시재생 사업지역 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마을공동체 지원 관련 조례는 6건, 사회적경제 판로지원 관련 조례 4건, 사회적경제기금 운영 관련 조례 2건으로 다른 조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벤처창업 7건, 청년창업 5건, 여성창업 3건 등 일반 창업지원 관련 조례는 15건으로 양호한 수준이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지원 관련 조례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제정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2019년 3월에 ‘도시재생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 및 공공지원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후 국토부 인가를 받은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9곳에 불과하다. 인천시의 만부마을과 맑은내마을, 제주도 신산머루마을과 월평마을 등에 마을조합이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아쉽게도 경기도에는 마을조합 설립 사례가 없다. 마을조합 육성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1년 반이 다 되어감에도 마을조합 설립 및 성공적인 운영 사례가 적은 것은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고, 주민협의회에서 마을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민 간 의견수렴과 의사결정 상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또 마을조합 설립과정에서 비즈니스모델을 기획하고 사업화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 부족과 전문성 결여 문제 등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국토부가 장려하고 있는 마을조합은 주택관리·집수리지원·생활환경개선 사업, 주민공공시설·사회적주택 운영 사업, 마을카페·마을상점·마을밥상·마을축제 운영 사업, 역사문화보존·지역사회교육·연구조사업 등을 주 사업으로 삼고 있다. 마을조합이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국토부는 물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신협 및 새마을금고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시재생 사업에서 ‘도시재생 지원기구’ 역할 수행을 해야 하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마을조합 설립, 주민교육,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구축 등 마을조합 지원을 위해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담아 전담조직 확충이 필요하며 광역통합지원기관 내에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전담인력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장악한 국회 상임위 재배분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민주국가에서 집권당이 의회의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발휘하여 행정부 감시라는 국회의 본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재배분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의힘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취임 및 정기국회 개회를 계기로 ‘18개 상임위원장 독식 체제’에 대한 재논의를 본격 거론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관행이 깨져 협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상임위 문제를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상임위원장 재배분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교회 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소셜미디어 대화방에서 지인들이 교회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 때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수다를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래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일상생활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을 대할 때마다 어쩐지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며칠 전 대통령이 주최한 회동에 참석한 한 종교 지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송구함을 표하는 한편, 교인들에게 종교의 자유와 예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이 자리는 삶의 안전성과 종교적 가치가 극명히 대비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교인들에게는 예배의 신성함이란 과연 무얼 의미하는지 돌아보게 했던 기회가 됐으리라. 오랜 세월..
제1야당이 2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꾸었다. 이날 전국위는 당명개정안과 함께 ‘한국형 기본소득’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정강 정책을 ARS 투표를 통해 결의했다. 당명 개정과 새 정강 정책 채택이 의미 있는 긍정적인 변화의 촉매제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시대착오적인 ‘수구꼴통’의 이미지부터 씻어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번 기회에 해내지 못하면 ‘해체’ 외길로 몰릴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지난 6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수립한 이래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한 갖가지 개혁방안들을 추진해 왔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진보의 가치를 받아들인 정강 정책의 개정이다. 기본소득을 새 정강정책 1호로 명문화하고, 3·1 독립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
길고 긴 어둠 속의 터널을 속절없이 지나는 것 같다. 최근 동향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을 대유행이 한 발짝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 원하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관광산업 또한 전 세계가 멈춰있다. 관광과 관련된 경제분야의 손실은 막대하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광업종 30개 상장사(Tourism Stocks-30, 여행, 호텔, 렌터카, 항공, 카지노, 면세점 등 관광 및 연관산업 상장사 30곳)의 주가는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직전인 1월(69조806억 원)과 비교해 8월 시가총액은 57조103억 원으로 약 12조703억 원, 17.5%가 감소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기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모욕적 발언, 비신사적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최 원장의 개인적 발언을 시비하여 사퇴를 압박하거나 부친의 언사와 언론인인 동서의 논설까지 지적하며 공박에 나선 것은 ‘연좌제’마저 연상케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 최고의 감사기구다. 집권당 정치인들이 정략적 잣대로 독립기구의 수장을 마구 흔들어 대는 모습은 나라는 물론 정권을 위해서도 결코 유익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최 원장의 부친은 ‘문재인 정권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인터뷰를 했다”며 “감사원장은 이미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관련 시비에 휘말린 상태”라고 연결했다. 이어서 일간지 논설위원인 최 원장의 동서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비..
티비 채널을 돌리다 스스로 ‘비닐바지 입은 딴따라’라 소개하는 가수 박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1994년 데뷔 때부터 전성기를 누렸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빨간 구두를 신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 춤과 노래도 신났지만 그의 목표는 더 매력적이다. 그는 60세 때 가장 춤을 잘 추는 것이 목표이고 60세 때 환갑콘서트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멋진가! 며칠 전, 서점에 들렀다가 영국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쓴 동화책을 봤다. 클래식에 위트를 가미해 영국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는 그가, 이미 충분하여서 더 이상 이룰 꿈도 없어 보이는 73세 그가 동화책을 썼다. 그의 위트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익어있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청춘인가! 박진영이 꿈꾸는 60세, 폴 스미스의 반짝반짝 창조적 삶을 사는 73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