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이현리마을이 이장 선출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3월 9일 열린 이장 선거에서 일부 주민들이 투표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투표는 세대주나 가구원 1인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확인받고 참관인 3인의 감시 아래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투표 도중 한 세대에서 두 명이 중복 투표를 시도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참관인들이 즉각 이의를 제기했지만, 선거관리위원장은 "내가 다 아는 사람들이야"라며 사실상 문제를 외면했다. 더 큰 문제는 선거관리위원장의 무책임한 태도다. 지역 주민 대부분을 알고 있으며,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한 참관인은 "거주하지 않는 논 컨테이너에 등록된 인물까지 투표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위원장은 "별문제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논란을 키웠다..
인천 송도유원지의 르네상스가 녹슬고 있다. 수도권 최고의 휴양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았지만 시설 노후화와 관광 트렌드 변화 등에 밀려 결국 2011년 폐장이 결정됐다. 이제 오염된 토양과 중고차가 의미 없이 이름만 남은 송도유원지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시는 이에 앞선 2007년 송도유원지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민간 주도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송도유원지는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장밋빛 미래, 희망고문만 17년째 송도유원지 개발사업은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대우자판)의 손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대우자판은 송도유원지 일대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관광시설이 어우러진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금난에 직면한 대우자판이 파산하며 송도유원지 개발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부영이 2015년 10월 동춘동 907번지와 911번지 일원 92만 6000㎡ 부지를 3150억 원에 매입한 뒤 도시개발사업과 테마파크 조성을 새롭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도시개발사업은 동춘동 907번지 일원 53만 8600㎡를 공동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선제조건이 따른다. 도시개발사업에 앞서 911번지 일원 49만 9575㎡ 부지에 테마파크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 부영이 도시개발사업에만 치중할 것을 우려한 시의 선제 조치였다. 이에 부영은 테마파크 준공 3개월 전 도시개발사업을 착공하거나 분양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부영은 테마파크 실시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고, 시는 9차례나 사업 기한을 연장해줬다. 이로 인해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시는 사업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빠지자 결국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부영 측에 도시개발사업과 테마파크사업을 분리해 기존 테마파크사업 부지에는 사전협상제도를 통한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도시개발사업 부지는 공공기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부영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당초 계획됐던 공동주택 세대 수를 확대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시는 부영이 가진 사업 부지를 제외한 채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송도유원지 일대 2.6㎢에 글로벌 복합문화 허브시티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기존 민간사업과 별도로 공공 주도 도시재생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사라지지 않는 오염토 부영의 송도테마파크 부지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오염 토양 정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지의 77%에 해당되는 38만 6449㎡에서 2018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총석유계탄화수소(TPH)·벤젠·납·비소·아연·불소 등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이다. 연수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부영주택을 상대로 3차례나 오염 토양 정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부영주택은 정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구는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구는 이달 초 ㈜부영주택에 오염 토양 정화 조치명령을 다시 내렸다. 문제는 지난해 새로 개정된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앞으로 ㈜부영주택이 정화해야 할 토양이 기존보다 82%가량 줄었다. 인천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이 같은 개정을 반대하며 일명 부영방지법이라고 불리는 ‘토양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토양오염 정화명령 상습 위반 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송도유원지는 개발도 정화도 모두 멈춘 채 도심 한복판에 기약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가 부영 측에 제안한 계획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하지만 부영 측에서는 어떤 답변도 오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기존 계획대로 부영 부지를 빼고 마스터플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
대통령·대통령 권한대행의 교체와 차기 대선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재판이 연이어 선고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헌재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 헌재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26일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이 나오고 28일은 헌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로 관측된다. 헌재는 24일 오전 10시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 탄핵심판 종국결정을 선고한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27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직무 정지됐다. 소추안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 방조,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불임명 등 5가지 탄핵소추 사유가 담겼다. 한 총리 인용 또는 기각 선고 결과는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 여부를 가르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 이목이 쏠린다. 26일에는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을 선고한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피선거권 상실형이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가 2심 결과에서도 비슷한 형량이 선고될 경우 향후 대선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 여야는 이번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또 오는 28일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로 유력하다. 24일은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있어서, 25일은 헌재 일정이 없지만 선고 통지가 없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사실상 불가하다. 26일은 이 대표 항소심 선고인데다 고등학교 3학년 3월 전국 동시 모의고사로 인해 휴교 및 단축수업이 불가능한 관계로 선고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27일은 헌재 정기선고일이라, 다음 달에는 4·2 재보선 등 선거관리 이슈에 이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퇴임을 앞두고 있어 선고 가능성이 희박하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가운데 실제 가결까지는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과와는 별개로 자충수가 될 수 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지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3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24일 헌법재판소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총리실은 한 총리의 복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27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직무 정지됐다. 소추안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 방조, 헌법재판관 3명 불임명 등 탄핵소추 사유가 담겼다. 이후 최 대행이 행정부 수장으로서 방통위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헌법재판관 2명 임명권 등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지난 21일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최 대행은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고 불임명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부작위로 위헌 중이라는 것이 주요 탄핵소추 사유가 됐다. 다만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실제 가결까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한 총리의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유사 사유인 최 대행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서 가결시키나 마나라는 회의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총리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산불, 민감국가 지정 등 국정 혼란을 키울 수 있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바꾸기 적절치 않다는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정국이나 정무적 상황에서 (최 대행) 탄핵으로 가는 것이 과연 유리할까. 또 불안정한 국정 운영의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길일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전 총리도 같은날 SNS에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기 경제 사령탑의 탄핵 추진이 가져올 후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민주당에겐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정치적 혼란을 수습할 엄중한 책무가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한 총리 복귀 시 최 대행의 자진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대행은 ‘제 일신의 거취 포함 모든 이슈는 지금 제게 사치에 불과하며 검토한 바도 없다’며 사퇴설을 일축한 바 있지만 복귀한 한 총리와 함께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 탄핵안이 기각되면 한 총리와 최 대행 둘 중에 한 명은 사표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 대행은 그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한 총리 위에서 지휘했었는데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돌아와서 다시 부총리만 하게 된다면 할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 주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더 진전시킬지 일단은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오는 28일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로 유력한 가운데 최 대행 탄핵소추안은 이르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보고한 뒤 24~72시간 이내 표결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4일부터 서울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세우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의 거점으로 삼는다.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한다는 취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화문 천막당사를 내란 수괴 파면과 대한민국 정상화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다 보니 국민의힘과 극우 집단 일각에선 탄핵심판에 대해 여러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12·3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선고가 늦어짐에 따라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 가중은 물론 경제 피해 확산, 헌재 앞 물리적 폭력·테러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당장 25일이라도 파면 결정을 내리길 촉구한다. 헌재의 신속 선고 촉구 결의안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전원위원회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5일은 오는 24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 사이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야5당은 최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12·3 비상계엄 내란 공범 혐의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불임명 등을 이유로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최 대행에게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이재명 대표를 강요죄로 고발겠다고 밝힌 것에는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분명히 못 박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국혁신당은 이날 박 원내대표의 ‘국회 전원위원회’ 구성 추진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전원위를 제안한 만큼 윤석열을 왜 파면해야 하는지, 빙산의 몸통에 해당하는, 드러나지 않은 내란세력들은 어떻게 찾아내 처벌할지 등에 관해 헌재 선고 때까지 토론하자”고 반겼다. 김 수석대변인은 “’내란의힘‘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반대토론을 허용하자. 그들의 저열한 반민주의식과 역사관, 정치철학 등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체된 신용판매 수익성을 방어하고자 카드사들이 대출에 나선 영향으로, 건전성을 위협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론을 통한 수익 성장도 한계에 도달하면서 카드사들이 새 먹거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 9888억 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42조 7309억 원)보다 2579억 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5월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우상향 흐름을 보이던 카드론 잔액은 연말을 맞으면서 소폭 감소했다가 새해 들어 반등했다. 카드론은 신용카드사가 제공하..
정부의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 목표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건설·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LH는 적정 정부 지원단가를 추산하고, 부채비율 상향을 정부와 논의하는 등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는 조만간 ‘공공주택 사업비 및 적정 재원분담 산정’ 연구용역을 발주해 향후 5년(2026~2030년)간의 적정 지원단가를 추산할 계획이다. 현재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은 1채당 약 1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LH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용역을 통해 건설원가 및 택지비 상승을 반영한 적정 지원단가를 산정하고, 정부지원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한다. 현재 정부 지원단가는 3.3㎡당 약 1063만 원 수준이며, 지난해 말 기준 정부지원율은 66.7%로, 2016~2019년 80~90%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정부도 매년 5~7%씩 지원 단가를 인상하고 있지만, LH의 건설비 상승률(2020년 18.7%, 2021년 14.5%, 2023년 27.7%)을 따라가지 못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앞서 LH는 지난해 신축 매입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매입가격 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권 100가구 이상 단지에 ‘공사비 연동형 가격 산정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토지를 감정가로 평가하고, 건물은 공사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공인된 외부 원가계산 기관이 공사비를 검증해 최종 매입가를 결정한다. 또한 감정평가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5년간 매입임대 감정평가 수행 경험이 있거나, 매입임대 전문교육을 이수한 평가사만 추천하도록 개선했다. 올해까지 10만 가구 이상의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LH는 공공주택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부채비율 상향을 정부와 협의 중이다. 현재 LH의 부채는 153조 원, 부채비율은 218% 수준이다. LH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2027년 208%로 설정된 부채비율 목표를 2028년까지 233%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LH는 부채를 끌어와 토지를 매입하고, 5~6년 후 가공해 매각하면 자금이 회수되는 구조”라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산단 신규 후보지 15곳 중 14곳을 LH가 담당하는 만큼, 택지 보상비 마련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정부 지원율을 2028년까지 95%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매입임대주택 지원율은 65% 수준이었으며,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원율을 72%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LH는 이를 단계적으로 2026년 86%, 2027년 90%, 2028년 95%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LH는 단순한 주택 공급 기관이 아니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필수 기관”이라며 “적자를 감수하며 정책을 수행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결국 공공주택 공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인천의 역사를 써내려갈 인천시사편찬원의 윤곽이 흐릿하다. 인천시사편찬원 설립은 유정복 시장의 공약이다. 역사문화자료의 체계적 관리와 다각적 활용을 전담하는 ‘역사편찬 총괄 기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시사연구팀의 역할·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독립된 형태로 발전시키는 게 이번 설립의 핵심이다. 공식 출범이 코앞인데, 여전히 ‘안갯속’이다. 23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천시사편찬원 설립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용역을 통해 시사편찬원 설립 후보지와 설립 형태 및 모델 제안, 조직 구성 및 인력 운영 계획 등 기본 틀에 대한 제안이 나왔다. 관건은 실현 가능 여부다. 현실적 여건이나 협의 과정 끝에 제안에서 그칠 수 있다. 올해 시는 용역을 토대로 내부검토와 협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천시사편찬원은 내년 6월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제 남은 기간은 1년 정도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부검토가 끝나지 않아 행정절차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의회 승인과 행정기구 설치 조례 및 시사편찬위원회 조례 개정 등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출자·출연기관으로 설립되려면 행정안전부 타당성검토도 필요하다. 시는 설립 추진단계를 단기 ‘문화유산과 시사연구팀 확대’, 중기 ‘시사편찬 전담 사업소 설립’, 장기 ‘전담기구 운영 확대, 유관기관 통합 등 출자·출연기관 독립’ 등으로 구성했다. 시 관계자는 “민선 8기 시민제안공약이기에 임기 내 설립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며 “용역에서 설립 후보지가 나왔으나, 내부 검토 중이라 공개하긴 어렵다. 검토를 통해 현실적인 설립안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1965년 제1회 인천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인천시사편찬위원회’를 정식 발족했다. 1973년 첫 번째 ‘인천시사(仁川市史)’를 만든 뒤, 10년 주기로 시사를 편찬했다. 2013년부터는 매해 주제별 시사를 발간하는 연차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
수원역 앞 역전시장 내부는 옷가게부터 장판가게, 표구사, 꽃집 등 작은 상점들이 부산스럽긴해도 나름의 질서속에서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상점과 상점을 잇는 좁은 통행로는 마치 숲속 작은 오솔길처럼 이어져 아기자기하면서도 과거 어딘가에 시간이 멈춘 듯 정겨움이 묻어난다. 세련되진 않지만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그곳에 최근 낯선 카페가 들어와 화재다. 커피를 팔지만 돈 대신 작품을 받는 ‘시장커피(Bazaar Coffee)’가 바로 그곳이다. 이 카페에서 커피값 대신 받는 작품은 그리 대단할 게 없다. 카페 맞은편 옷가게 사장님과 시장 건물 앞에서 바나나를 파는 아주머니, 그리고 오고가다 들린 손님들이 커피 한잔 마시며 끄적인 그림이나 글귀 정도가 전부다. 이곳에 카페를 창업한 주인장 천근성 작가는 "이 모든 작업이 너무 즐거운 미술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이후 설치 미술 작가로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5년 전부터는 미술관 문턱을 낮추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기 시작했다. "미술작품이 반드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만 전시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그는 요양병원이나 서울역 같은 곳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열곤 했다. 이런 작가의 남다른 시선에 수원미술관이 개관10주년을 맞아 그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과제는 어떻게 하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 수 있을까. 수원미술관의 의뢰를 받고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그는 '예술가의 작업실'을 생각했다. 예술가의 작업실을 오픈해 사람들에게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소통하며 미술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할 구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공간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과정에서 이곳에는 손님에게 커피를 권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가는 문화가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카페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천작가는 작품의 아이디어를 항상 자신의 주변에서 찾는다. 치밀하게 계획하기보다는 브리콜라주(Bricolage)처럼 현장에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찾는다. 스스로 설정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만들어 갈지를 계속 관찰해 나가는 방식이다. 시각예술가인 그에게 예술은 어떤 사물을 유심히 보게 하는 것이다. “본다는 것은 어떤 마음이 깃들어 있고 혹은 어떤 것은 보기 싫은데 봐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걸 보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죠"라며 "우리는 본다고 하지만 실상 안 보는 경우가 많아요. 수원역 앞이라든가, 서울역 앞이라든가 보려고 하지 않는 것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게 만드는게 예술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시장에 카페를 차렸다. 그가 역전 시장에서 본 것은 다름 아닌 선물이었다. “시장은 원래 물물교환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어릴 적 시장 상인이셨던 엄마의 손을 잡고 다녔던 그곳은 환대가 넘치고, 덤이 있고, 상인 간 경조사도 챙기는 등 고마움과 따뜻함이 있었어요. 그것이 바로 시장이 주는 선물이예요. 저는 그것이 선물 경제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이 시장 안 뿐 아니라 세상 안에도 많이 퍼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상 천작가는 이곳의 일원으로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다. 가장 먼저 그가 하는 일은 인사다. 그는 사람들이 보든 안보든 카페 앞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상가 앞쪽 신발 가게 사장님은 처음엔 인사를 해도 안 받으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인사를 하니까 인사를 받으시고 그 담엔 왜 이런 카페를 하느냐고 물으시더니 급기야 오늘 비로소 한달만에 카페에 들어오셔서 (커피를)드시고 가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어느덧 카페 운영도 이달 27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천작가는 이 시간들이 자신에게 뾰루지 하나 혹은 각질 하나에 깃들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두 달이란 한정된 기간동안 운영되는 카페지만 이 기간동안 뭔가 최대한 해보자는 생각으로 카페를 시작했다"며 처음 다짐을 떠올린 그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예술가들 일색이다보니 늘 대화가 비슷비슷했어요. 늘 어떤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똑같았는데 이곳 카페 사장이 돼 다른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너무 좋았다”며 “이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사람의 또 다른 면이 보여 고정관념에 갖힌 내 스스로가 깨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시장카페'는 어느덧 이곳의 명물로 자리잡아 시장 상인들과 손님들이 오며가며 들러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 됐다. 천작가는 “주변에 카페가 여기밖에 없어요. 이제 커피하면 바로 다 여기로 통하고, ‘작가님’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한 명의 작가를 정말 친근하게 알게 됨으로써 이제 미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술과 잘 아는 사이라는 친밀감을 형성하게 됐어요"라며 나름의 성과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천작가의 '시장카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술관 10주년 기념 전시의 취지를 몸소 실천해내고 있었다. 이 카페는 다음달 17일부터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원형 그대로 전시 될 예정이다. 커피와 맞바꾼 사람들의 소소한 그림 한 점, 시 한편이 작품으로 걸려 교환도 이뤄진다. “커피와 환대를 드리고 받은 그림이 미술관에 가면 관람객에게 다시 한번 선물이 될거예요. 그 중에 어떤 관람객이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은 전시 후에 액자로 만들어 선물로 드릴 계획입니다”라며 전시와 함께 이뤄질 작은 이벤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 걸린 작품들 모두가 시장 상인들의 작품인 만큼 그들이 미술관을 찾게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에 미술관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먹고살기 바빠서 또 미술관은 너무 고상하고 낯선 곳이라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시장커피 프로젝트를 통해 천작가는 말한다. 미술관은 바쁘기 때문에 가야 하고, 낯선 곳이라 더 자주가야 한다고 말이다. 마치 '시장커피'처럼 말이다. 한편 시장커피에서 모인 작품들은 내달 15일부터 열리는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에서 설치작품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
인천이 해사법원 유치전에 또다시 뛰어든 가운데, 이번에는 판가름이 날 수 있을까. 해사법원을 둘러싼 인천과 부산의 눈치싸움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20대,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잇달아 폐기되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천시는 해사법원 설립의 최적지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보유해 지리적 접근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해운협회에 가입된 선사는 모두 162곳이다. 이 중 64.2%(104개사)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국내 570개사에 이르는 국제 물류 업체도 79.9%가 수도권에 쏠려있다. 그만큼 해사법원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인천시민들의 염원인 ‘인천고등법원 설치’가 결실을 맺었다. 2028년 3월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인천지방법원 청사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시는 이를 원동력 삼아 해사법원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시민원로들의 지지도 힘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2025년 제1회 시민원로회의’ 정례회에서 이들은 ‘해사법원 유치 지지 선언문’을 낭독하며 힘을 보탰다. 22대 국회에서는 부산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6월 곽규택(국힘·부산 서동), 전재수(민주·부산 북갑) 의원이 각각 해사법원 부산 유치 법안을 발의했다. 인천 정치권도 기지개를 켰다. 지난 21일 윤상현(국힘·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해사법원 인천 신설을 위한 ▲법원조직법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총 3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의원은 “해사법원 인천 신설은 단순한 법원 설립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해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글로벌 해운·물류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국가경제와 해양 주권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