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랐다. 민주화가 어쩌고 선진국 진입이 저쩌고 하더니만 대한민국의 검찰행정이 정말 이만큼 진화했는지는..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국민들 위에 군림하던 검찰이 국민편의를 위해 고발장까지 대신 써주고 “빈칸에 이름만 적어오면 나머진 저희들이 알아서 할께요”하고 고소고발 원스톱서비스로 안내한다는데.. 사실이라면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는 궁금했다. 세상 똑똑한 검사님들이 자기관련 사건만 접하면 기억력이 증발되어 버리는 이유를.. 김웅 의원은 “내가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한 걸수도 있는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분명한 건 제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출신은 정의뿐만 아니라 기억력조차 철저하게 선택적인가? 그는 자신의 책 ‘검사내전’에서 "사람들이 인식의 오작동을 낳는 것은 그보다 재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 등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지난 2일 제기된 이후 갈수록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 피로감도 쌓여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루빨리 강제 수사로 전환하는 방법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의 키맨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계속해서 말 바꾸기와 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로 사주고발 의혹이 드러나는 등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직전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이 대검찰청 간부한테서 받아 당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이 실제 고발장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의혹을 받고 있는 두 개의 고발장 가운데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
오늘(9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전도민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이 담긴 추경을 심의, 전 도민 지급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1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380만 경기도민 중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서 빠진 상위 12% 도민에게도 1인당 25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기도민은 12%가 아니라 18%나 된다. 따라서 추가경정 예산안도 2190억 원이 증액된 6000억여 원이 됐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예산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집행부의 계산 착오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전 도민 지급 문제를 두고 도의회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경기도의회 제354회 임시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원들 간의 공방에서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허원 의원(국민의힘·비례..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아버지' 맹자. 대표 시 '대장부의 노래'와 함께 실로 큰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시편이 있다. 선생은 당시 특급 정치컨설턴트이면서 큰 시인이었다. 그 위대한 문장 원문 그대로 옮겨보자. 天將降'大任'於斯人也(천장강'대임'어사인야) 必先勞其心志(필선노기심지) 苦其筋骨(고기근골) 餓其體膚(아기체부) 窮乏其身行(궁핍기신행) 拂亂其所爲(불란기소위) 是故動心忍性(시고동심인성)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달프고 우울하게 한다. 몸은 죽도록 힘들게 하고, 온 가족이 함께 굶어 죽을 만큼 가난뱅이로 추락시킨다. 뿐만 아니다. 하는 일마다 어그러지고, 어지럽혀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이는 '그 사람'의 마음을 크고 깊고 높이 움직여, 태풍 앞에서나 불판 위..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곧 다가온다. 올 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 간의 대규모 모임을 하기는 어려워서 왁자지껄하게 정을 나누던 코로나 이전의 추석 풍경이 아쉽다. 다들 들떠있을 명절에 유독 쓸쓸한 우리들의 이웃이 있다. 21세기는 실시간으로 지구의 반대쪽 사람들과도 영상 통화가 가능한 정보통신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일천만 이산가족들은 그리운 혈육의 생존도 알지 못하고 어렵사리 생존을 확인했지만 선물을 보내거나 정겨운 대화도 나눌 수 없는 안타까움 속에서 추석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북한은 우리가 실향민이라고 하는 이산가족을 자신들의 체제에 반대해서 북한지역을 떠나간 적대적인 월남인이라고 하면서 인도주의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접근 자세를 보여왔다. 56년 북한은 남한과의 경제적 우위 상황에서 월북인들의 재..
뜨더국은 남쪽 언어로 수제비를 말한다. 고향에서는 수제비라고도 하지만 뜨더국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더운 여름보다는 찬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초가을이나 겨울에 얼큰하게 해 먹는 뜨더국을 고향에서는 국수만큼이나 좋아하고 자주 먹었던 음식이다. 배고픈 시절에는 옥수수나 콩이 여물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간절함이 있으면 곡식이 크는 소리와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옥수수가 이삭을 업기 시작해서 통통해지고 작은 알갱이가 누렇게 되면 그때부터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초가을부터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국수, 풋 강냉이 지짐, 꼬장떡 등 먹거리가 풍성해진다. 어려운 시기에는 강냉이(옥수수) 알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 먹었다. 여물기 전의 옥수수는 초당 옥수수 맛과 비슷하다. 영양분도 적어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면하지 못함에도 가난한 시절에는 밭에 옥수수가 어서 빨리 여물기만을 기다렸다. 뜨더국은 밀가루로 만들어야 제 맛이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호박이나 풋고추를 넣고 끓이다가 쭉쭉 늘려 뜯어서 넣으면 된다. 밀가루로 만든 뜨더국은 쫄깃하고 맛있다. 겨울에는 김치를 넣기도 하고, 여름에는 나물국에 넣기도 한다. 밀가루가 흔하지 않은 시기에는 옥수수가루를 섞기도 한다. 순수 옥수수 가루는 밀가루와 달리 탄성이 적어 늘리지 못하고 뚝뚝 뜯어 넣는다. 국물이 세게 끓을 때 넣어야지 덩어리가 풀어지는 경우도 있다. 고향에서는 뜨더국 재료로 밀가루보다는 옥수수 가루로 많이 만들었다. 초가을 햇 옥수수를 잘게 분쇄하여 굵은 것은 밥으로 만들고 나머지 가루는 보드랍게 채를 쳐서 음식을 만든다. 엄마 손이 분주한 가을에 뜨더국은 하루 세끼 먹거리 근심을 덜었다. 뜨더국은 밥과 국, 찬으로 구색을 갖추는 것이 아니어서 번거롭지도 않다. 끓고 있는 국 가마에 가루 반죽을 뜯어 넣으면 된다. 주식과 부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간편하고 맛도 좋다. 배고픈 시절에는 맹물에 나물을 넣고 수제비 조각이 몇 개만 있어도 허기를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엄마는 쉽고 간편한 뜨더국을 자주 해 주었다. 뜨더국 반죽할 때 생기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와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물에 반죽을 넣은 수제비를 호르륵 맛있게 먹었던 그 시절 남쪽에도 뜨더국(수제비) 맛 집이 있다. 넉넉하게 넣은 수제비 재료에 해물까지 얼큰하게도 담백하게도 만든다.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 비교할 수 없이 맛있다. 그럼에도 배고픈 시절에 엄마가 만들었던 뜨더국이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즘 가을비가 자주 내린다. 더위가 언제 있었는가 싶게 바람도 제법 차가워졌다.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여름도 휘딱 지나갔다. 바람이 차갑다고 느낄 때, 나무에 맺힌 빗방울이 눈물처럼 느껴질 때면 엄마가 만들어준 뜨더국이 생각난다. 뜨더국은 가난을 기억하게 하는 고마운 추억이다.
뉴스를 통해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처참하다 못해 끔찍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여객기로 올라서는 탑승 계단은 몰려든 인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휘면서 내려앉았다. 계단이 부서지는 상황에서 올라 서 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언가를 붙잡는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난간을 붙잡아보지만 이내 바닥으로 떨어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그 땅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절박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보였다. 목숨 건 탈출 행렬이 이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믿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하늘로 날기 시작한 수송기에서 사람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했다. 철조망 사이로 손을 뻗은 군인에게 기저귀를 찬 아이를 밀어 올리는 애타는 장면도 보았다..
조선의 3대 군주인 태종 이방원은 어린 시절부터 부친인 이성계를 따라 북방의 많은 전투에 참여한 호방한 인물이었다. 그가 당연히 왕위가 자신에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도 아버지를 도운 공로 때문이었다. 여하튼 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태종이 된 그는 여전히 그 시절의 무인 기질로 사냥을 즐겼다. 즉위 4년 차인 어느 날 그가 사냥을 나갔다. 왕의 행차이므로 대소 신료와 호위무사 등 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되었다. 이리저리 사냥감을 찾던 그 순간 어디선가 노루가 나타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발견한 태종을 급히 말을 몰아 추적하였다. 한 손에는 활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말고삐를 잡은 형세는 영락없는 북방 무사 이방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 꼬꾸라지면서 이방원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국왕 중심의 조선에서 왕의 변고는 국가의 변고였기에 주변의 모..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선 가운데, 시중 은행들이 줄줄이 대출금리인상에 나섰다. 시중 은행들은 기준금리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가산금리(운영 비용과 대출자 신용등급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매기는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달 초부터 전세 대출 금리까지 올리기 시작했다. 신용 대출 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빠르다. 취약계층은 이자 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새로 돈 빌리기도 어려워졌다. 코너에 몰린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시급하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은 우선 신용대출 금리부터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용 3~4등급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7월 평균 금리는 연 3.59%로 4월에 비해 0.50%포인트 뛰었다. KB국민은행은 4.58%로 0.31%포인트 높아졌다. 취약계층인 7~8등급 저신용자의..
지난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대선후보를 뽑는 순회경선의 신호탄을 울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4.8%를 득표해, 27.4%를 얻은 이낙연 전 경기지사를 눌렀다. 정확히 더블스코어 차였다. 다음날 세종·충북(이재명 54.5%, 이낙연 29.7%)도 비슷한 득표 결과가 나왔다. 10월 10일 서울까지 매주말 지역별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정치이벤트가 펼쳐진다. 경선룰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도 곧 경선에 착수할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축제가 시작됐다. 불청객인 그릇된 보도가 어김없이 기승이다. 축제 관전자인 국민은 눈살을 찌푸린다. 무엇보다 특정 후보나 캠프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전령(傳令) 불청객이 활보한다. 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편파보도가 된다. 첫 순회경선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