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 아루바, 앤티카 바부다, 안도라, 에스와 티니, 에리트리아, 기니 비 시우, 상투메프린시페, 세이셀, 차드, 바베이도스.... 국가명들이다. 지구 상 어느 곳, 어떤 나라인지 아는가?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때 입장한 세계 205개 나라 선수단을 보며 아직도 낯선 국명들이 여럿 있구나 생각했다. ‘카보베르데’가 나온다. 월드뮤직 강사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이름. 가수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1941-2011) 때문에 알게 된 이름. 말하자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는데 BTS 때문에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비슷한 예다. 여기까지 읽고 바로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세자리아 에보라’를 찾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거구의 늙은 흑인 모습이 뜰 것이고 사시 눈에 고생 찌든 느낌의 얼굴을 볼 것이다. 반전은 목소리다. 어두운데 무겁지 않다. 밝다. 이런 컬러의 목소리가 있었던가. 한 곡 더..... 하다가 모든 노래를 찾아 듣게 될 것이고 베사메 무쵸(Besame Mucho)에 이르면 ‘대체 어떤 삶이 이런 목소리를 만들어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폭풍 검색에 들어갈 것이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그녀. 10년 전인 2011년, 천상병 시인 시를 빌리면 70년간의 ‘지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갔다. 천 시인의 삶이 지옥이었기에 그 시가 아팠듯 지옥을 오체투지 한 그녀 삶 때문에 노래가 아프다. 신발을 못 신고 다닐 정도로 가난했던 집안, 여덟 살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일곱 자식을 감당 못한 어머니에 의해 고아원에 버려진 세자리아 에보라. 어린 나이부터 선술집을 돌며 노래 부르던 에보라는 세 번의 결혼 실패 후 폭음과 폭주로 삶을 망가뜨린다. 먹고살기 위해 불렀던 그녀의 모든 노래에 깔린 비애가 이해된다. 그 목소리는 프랑스의 음악 프로듀서에 의해 발탁, 유럽에 소개되고 얼마 안가 ‘모르나의 여왕’으로 유명세를 얻는다. 모르나. 카보 베르데 전통음악으로 ‘슬퍼하다’는 뜻의 영어 Mourn에서 나온 단어다. 아프리카와 포르투갈의 리듬, 남아메리카 대륙의 노래 등이 뒤섞여 만들어진 모르나의 정서는 짧지만 굴곡진 카보베르데 역사를 알아야 이해된다. 15세기 중반까지 무인도였던 카보베르데는 포르투갈 항해사의 발견 후 노예무역 중간 정박지로 쓰인다. 비극사의 시작. 포르투갈 등 유럽 백인들과 아프리카 흑인들 중 정착민이 생기면서 나라꼴을 갖추어가지만 500여 년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살아야 했다. (1975년 독립) 식민의 설움도 힘겨운데 가뭄과 기근이 반복돼 국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게 된다. 식민, 굶주림, 이산..... 그 삶 속에서 흘러나온 노래, 위로하고 견디게 한 노래, 차라리 기도였던 노래들이 모르나였다. 고국과 개인의 참혹한 삶의 변주가 탄생시킨 모르나, 전 세계인은 세상에 없던 그녀의 목소리에 열광했다. 세자리아 에보라의 목소리는 지도상에서도 누락되던 인구 54만 명의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수도는 프라이아, 화폐는 에스쿠도, 공용어는 포르투갈어.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상 니콜라우 섬의 봉우리들, 풍화작용에 의한 바이슈 호샤 해변의 해안절벽 비경은 숨 막힐 정도란다. 세자리아 에보라의 명곡 소다데(Sodade)를 흐르게 한 후 전통술 그로그(Groug)까지 곁들인다면!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의 각축 만큼 언론의 보도 열기도 뜨겁다. 여론조사 보도는 선거보도의 핵심이다. 선거-여론조사-언론은 삼각동맹을 구축한다. 정치 여론조사는 단순하지만 순위가 보도되면 최고의 클릭수를 기록한다. 언론의 효자상품이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보도경쟁에 뛰어든다.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 보도를 방불한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 입장에서는 최고의 홍보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걱정이다. 언론사는 경영이 어렵고, 여론조사기관은 조사원이 투입되지 않는 기계음을 활용한 ARS 조사기법이 개발돼 저비용 조사가 가능해졌다. 언론사가 의뢰하는 ARS를 통한 지지율 조사는 3-4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부 조사회사는 유명 언론사를 상대로 무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해 1월 20일 첫 발생한 이후 최근 잇따라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발효 중이다.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 등의 자영업자들은 연일 거리에 나서고 있다. “집에서 입학하고 집에서 졸업할 것 같다”는 2년제 대학생들의 절규도 들린다. 사상 초유의 감염사태로 해외 파병 청해부대가 귀환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들이 3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방역당국은 강화된 거리두기가 조만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9월까지 70%의 1차 백신 접종에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노마스크 추석’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나 계획과 다른 상황들이 속출하며 불확실..
벌써 10년 전이다. 한 산모가 증상이 너무 심해 입덧이 심한 시기인 산후 9주-11주 사이 거의 음식을 못 먹고 힘들어서 내원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자가요법을 하던 중 다른 것은 효과가 없고 맘까페에서 추천받아 해외직구로 구입한 것이 조금 효과가 있었다고 가지고 왔는데 바로 내관혈 자극기라고 부르는 손목밴드였다. 손목에 시계처럼 찰 수 있게 되었는데 내관이라는 손목 내측에 있는 혈자리 부위에는 볼록하게 요철이 있어서 그 요철을 압박하면 혈 근처를 자극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단순한 장치였다. 내관혈이 소화기 질환 등에 효과적인 혈자리인지라 입덧에도 효과가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오늘 언급하려는 EFT도 한의학의 경락의 경혈을 자극하는 법만 달리했고 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큰 맥락에서 내관혈 자극기와 비슷하다. EFT는 한의학에 관심..
음악의 치유효과를 수없이 경험했다.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2000년대 초반, 어느 날의 이야기. 가을밤, 예고 없는 비에 젖은 생쥐꼴로 귀가하던 중 아파트 밖 자전거를 들이다 발목을 삐었다. 절룩대며 집안에 들어섰는데 열어놓은 베란다 사이로 들이친 비에 책들이 흠뻑 젖어있었다. 으악, 비명이 올라오는데 울리는 전화벨. 반가울 리 없다. 더군다나 ‘죽이는 목소리가 있어 들려주려고’라는 말에 짜증이 더해졌다. 지금 음악 따위 들을 분위기 아니라고! 냅다 지르려는 소리를 전화선을 타고 넘어온 목소리가 덮는다. 수화기를 든 채 커피포트 스위치를 올렸다. 커피 향이 번지는 창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구질구질한 비에 젖은 시가가 천천히 영화 속 풍경으로 바뀐다. 친구의 표현은 적확했다. 죽이는 ‘음악’이 아니라 ‘목. 소. 리’였다. 대체..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의 말과 글이 살풍경하다.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더이상 들을 수 없고, 읽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당 전유물이 모든 당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즈음이다.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귀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대선 후보의 말과 글은 옮겨 적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상스러워도 너무 상스럽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모멸감이 인다.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도 그 후보의 것 못지 않게 폭력적이다. 유튜브나 포털 뉴스 댓글, 페이스북, 누리집 익명 게시판 등 아무 것이나 딱 10초만 들여다봐도 폭언이 튀어나온다. 피해가는 것이 더 어려운 실정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에 말과 글을 흉기처럼 휘두르나? 그런 후보에게 도대체..
1. “이 자들은 너무 적게 일하고 너무 많이 받으려 한다.” 산업혁명이 개시된 18세기 중반부터 250여 년 동안 고용주들이 유행가처럼 흥얼거리던 말이다. 뼈가 부서지는 초과 노동 아래 신음해온 노동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말을. 특히 1830년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노동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조차도 영국 노동자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2시간에서 최대 16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도 안 쉰다고 가정하면 112시간, 일요일 하루는 쉬는 것으로 계산해도 96시간이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수용자 사망 확률이 85%였던, ‘강제노동을 통한 절멸을 목표로 했던’ 아우슈비츠에서조차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98시간이었다. 나치가 인간적이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한계 이상의 노동이 강제되면 몸이 견디지 못..
수원시가 화성 성안 행궁동에 ‘왕의 골목’ 탐방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대가 크다. 수원관광의 저변이 확장되는 것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은 ‘통과형 관광지’였다. 관광객들은 화성 일부와 화성행궁 정도만 보고 서울로 돌아가거나 경주, 전주로 빠져나갔다. ‘체류형 관광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관광객이 원했던 것은 먹을거리와 볼거리, 숙박시설, 즐길거리였다. 그 후 수원갈비에 이어 통닭거리, 순대타운이 유명세를 타고 행궁동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먹을거리는 어느 정도 충족됐다. 호텔과 유스호스텔, 민박집이 늘어나면서 숙박시설도 그런대로 갖춰졌다. 화성행궁과 연무대~화홍문~장안공원~화서문을 연결하는 화성어차와 성내를 관광시켜주는 자전거택시, 그리고 창룡문 밖에서 기구를 타고..
동일한 상태에 머물기 위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자기 생산의 핵심이다. 이는 세포뿐만 아니라 생물권에도 적용된다. 종에 적용되면 진화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느리게 밀려오는 기묘한 파도처럼 물질 위에 나타나 파도타기를 하는 물질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통제된 예술적 혼돈이며 기절할 만큼 복잡한 일련의 화학 반응으로, 8,000만 년보다 더 전에 표유류의 뇌를 만들었고, 이제 인간의 모습으로 연애 편지를 쓰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우주 탄생 당시 물질의 온도를 계산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생명은 바야흐로 가차없이 진화하는 우주에서 자신의 낯설지만 진정한 위치를 처음으로 자각하려는 듯하다. 지구 표면의 국지적인 현상인 생명은 사실상 우주 환경을 함께 생각할 때에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46억 년 전 초신성 폭발의 잔재가 응축하여 지구를 탄생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생명은 별의 구성 물질로부터 생겨났다. 생명은 대기 자원의 감소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의 증가로 인해 지국의 온도 조절 시스템이 마침내 붕괴하여 단 1억 년 안에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생명은, 생태계에 둘러싸인 채 탈출하여 안전한 피난처에서 약 50억 년 후 수소 연료를 다 써버린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폭발하면서 지구의 바닷물을 증발시켜버리는 것을 지켜볼 지도 모른다. / '생명이란 무엇인가?'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김영 옮김. 리수. 2021. 49쪽
1. 드라마 극 중 어떤 성씨 남자가 진상 캐릭터라면 문중에서 반발하고, 깜깜이 코로나 확산이라는 발표에 대해 장애인단체가 혐오표현이라 비판한다. 참 예민한 시대를 살고 있다. 방송통신 심의위에 접수된 민원내용을 보면 “시청하기 불편해서”가 상당수다. 내가 싫고 불편하면 다 민원의 대상인 것이다. 단골 민원인도 있다. 민원이 능사다. 민원으로 접수되면 그것이 비상식적 특정인의 문제라 하더라도 처리기준에 의하여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된다. 앞으로 구성될 방심위는 시청자 민원에 대한 확고한 처리기준을 설정하기 바란다. 민원에 휘둘리지 말고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으로 판단하자. 2. 심의 의결 사례를 보면 방송보다 통신이 100 여배에 달하지만 위반에 대한 징벌 수준은 방송보다 약하다. 방송은 양식 있는 내부종사자에 의한 자체심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