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9월 2일부터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9.8%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총 조합원 5만 6091명 중 4만 5892명이 투표(투표율 81.82%)했고, 이중 4만 1191명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노동쟁의조정 기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정부-노조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2일 오전 7시부터 파업이 시작된다. “더 이상 참고 버틸 수 없어 피눈물을 머금고 9월 2일 파업을 예고했다”는 노조 측의 ‘호소’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다. 자금까지 파업에 지극히 비판적이었던 국민들이었음에도 조합원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와의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인들의 노고를..
가짜뉴스에 대한 손해배상 강화를 골간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는 8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개정안에는 언론의 고의 중과실의 사례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유발, 충분한 검증절차 없는 복제·인용 보도, 내용과 무관한 제목·시각자료 사용 등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경험해왔듯이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한 사업체가 하루아침에 파산할 수도 있고, 한 집안이 ‘무간지옥’으로 떨..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다. 하루가 열렸다가 닫히는 곳이 집이고, 한 사람의 생애가 시작되었다가 마무리되는 곳이 집이다. 집은,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의 자궁이고, 가족을 품은 울타리이고, 문명을 보듬은 사회이고, 국민을 보살피는 국가이고, 생명을 품은 녹색의 별 지구이고, 천지만물의 조화가 싹트는 우주다. 그런 점에서, 셀 수도 측정할 수도 없는 광활한 영역의 집을 네 개의 벽에 둘러싸인 몇 평짜리 공간으로 규정짓는 것은 인간의 착각이다. 지구에 사는 그 어떤 동물도 인간처럼 집을 규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사회의 비극도 거기에서 출발되었는지 모른다. 땅에 기둥을 세우고 지금부터 이곳은 내 집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우기는 순간, 자연의 일부였던 집은 욕심의 일부가 되고 만다. 집이 빚어낸 욕심은 마당과 논밭으로 확장되면서, 너나 할 것 없..
창업 이후,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유·무형 자산 가치가 정확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특정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한 사업 주체의 사업화 역량뿐만 아니라 생산, 영업 능력 등 경영요인과 가격, 품질, 매출 전망 등 사업전망 전반에 걸쳐 사업성 분석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때 기업의 지속성장이 이루어진다. 아이디어나 기술의 사업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간과하기 쉬운 무형자산은 비유동자산 가운데 하나로 ‘기업의 영업활동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사용되어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기대되는 자산’을 말하며,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산업재산권으로 대표되기도 한다. 무형자산은 구체적인 형태는 없지만, 법률적 권리나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특허권 확보 여부는 사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업이 추진하..
사람들이 만일 도덕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결코 진리를 떠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학문이 있거나 없거나, 어떤 인간도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되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말라. 너의 이성이 너에게 계시하는 진리를 추구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신념에 충실하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기대하지 말라. 진리를 향한 목소리가 적으면 적을수록 더욱더 목소리를 높여라. 진리가 미망이나 편견, 정욕보다 강하다는 것을 믿고 정의를 위한 수난을 각오하라. 진리는 장소와 시간에 제약받는 것이 아니며, 영원하고 불변한 것, 어떠한 세계에서도 동일한 것, 신과 하나가 되어 그 권능을 지니는 것임을 기억하라. (채닝) 진리를 잡기(雜記)의 책에서가 아니라 사상 속에서 찾아라. 달을 보려거든 웅덩이가..
언론중재법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다수가 찬성한다”며 밀어붙일 태세다. 국민의힘은 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하고 있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언론중재법 통과는 사실상 본회의라는 절차만 남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언론개혁과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중재법은 이 같은 취지를 넘어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비화됐다. 핵심은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따른 허위 보도 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거치며 법안이 약화됐다고 하지만 ‘명백한 고의 중과실 추정’의 ‘명백한’과 ‘허위·조..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돼 전 세계적으로 테러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테러 집단으로, 올해 미군의 철수 계획 발표 후, 카불을 점령함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테러의 위협에 직면하게 됐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경찰청은 화생방테러를 포함 국내에서 발생하는 테러 사건 대부분을 관할하는 주관기관으로, 일선 경찰서에서는 테러 발생 때 현장 통제 및 긴급구조 등 초동 조치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7월 의무경찰로 구성돼 작전·대테러 업무를 수행했던 112타격대가 해제됐고, 현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긴급현장상황반이 각 경찰서에 구성, 기존 타격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직면할 수 있는 주요 테러 유형으로 ‘폭발물 · 화학 테러’가 대표적..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하다.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 에 점령당했다는 뉴스는 말 그대로 지옥도를 보여주었다.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치다 결국엔 미군에게 갓난아기라도 살려달라고 맡기는 뉴스 영상은 그야말로 무간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삶의 희망이 노루꼬리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엄마가 아기를 생면부지의 군인에게 던지지 않는다. 그 참혹한 어머니의 마음을 가늠이나 할 수 있으랴? 아기를 포기한 아프간의 엄마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에게도 호세이니의 소설처럼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떠오를까? 비극은 멀리 아프간에만 있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양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이 취소되었다. 지금 인턴과정을 밟고 있는 조민 양은 앞으로 의사면허 자체가 박탈될 수도 있다. 자칫 그녀가 쌓아올린 전 생애를 부정..
일엽지추(一葉知秋)라고 잎사귀 하나가 가을을 알아차리게 한다고 했다. 나뭇잎 하나에서 자연의 영혼을 읽어내던 선조들 정신을 우러러 생각하게 된다. 처서 무렵이었다. 선풍기를 껴안고 잠들다시피 했던 금년 여름밤은 기온이 내려갈 줄 몰랐다. 자다가 일어나 불을 켜고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시를 메모했다. ‘선풍기 앞에서/ 나는 생각해 봅니다./ 고향집 앞 시냇물에서/ 아버지와 함께 목욕하던 때를/ 나의 행복은 철없이 지내던/ 그 시절 속에 있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뒤/ 나는 슬픔으로 배불렀습니다.’ 금년 여름밤은 하룻밤 보내기가 일 년보다 더 지루한 것 같았다. 그런데 불타는 하늘 아래에서도 계절의 운행은 변함없는지 새벽이면 바람이 선선하다는 느낌과 함께 냉기 머금은 공기가 살갗에 와닿았다. 처서라고 절기의 이름값을 하는 것인지 살맛..
분당 인문고전 모임에서 만난 한 선생의 가훈은 '나를 의심하라'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토론을 할 때마다 남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의심이 가는 대목은 메모해 뒀다가 뒤풀이 자리에서라도 꼭 묻는다. 처음에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받으면서 그의 가훈 그대로 나를 의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정확히는 내가 말한 것들, 내 사고, 내 시각. 정말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 생각은 맞는 것인가, 그 반대 지점의 생각은 엉터리이기만 한 것인가. 그 선생의 영향으로 마치 초침이 된 느낌이다. 누구의 말이나 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맥락 속에서 파악하려고 한다. 옳든 그르든 참고한다. 그러나 이 습관은 이따금씩 흐느적거린다. 어떤 일방의 현상이나 주장에 쉽게 동조하는 것이다. 지난 4·7 보궐 선거에서 오점 많은 국민의힘당 후보의 큰 차이 승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나자신의 분석을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예술 창작에서 말하는 대상과의 거리두기를 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만큼 나를 의심하라가 깊이 각인돼 있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 국면인 이즈음 거리두기가 이루어져 다행이다. 각 후보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 각 캠프 사람들도 헤아린다. 이 뿐 아니라 지지하는 1인 미디어들의 논리 구조가 무엇인지도 들여다본다. 대충 윤곽이 잡혔다. 가장 큰 특징은 민주당의 정신인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버금가는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차선이 있고, 차선과 최악의 중간이 있고, 뽑아서는 안 되는 차악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판단 근거는 도덕성과 실적, 정책 등이다. 가장 중요한 덕목인 도덕성은 보통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들보다 미치지 못하면 부적격인 것이다.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자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는 필히 불행해진다. 후보 당시 전과 11범이었던 이명박이 아주 명쾌한 사례 아닌가. 실적은 사실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후보들이 동일 위치에서 일한 바가 없어 상대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보들이 주장하는 실적을 객관적 데이터로 치환하기가 어려워 참고하는데 그쳤다. 정책의 경우 실현 가능성을 최우선 판단 근거로 정했다. 이 기준은 생각보다 명료해서 좋았다. 그러나 이 판단도 의심해야 한다. 하나의 기준을 틀 안에 가둬두고 절대화하면 나머지 것들이 사장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전체주의가 실은 이성을 절대화한 산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성에 포함되지 못한 개별자, 비개념적인 것들이 거꾸로 전체주의를 극복하는 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은 이성에 대한 조사이자 비이성에 대한 헌사일 터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의심하자. 그 후보가 포괄하는 이성을 의심하자. 그 이성 밖 개념화되지 못한 것들을 애정하자. 무엇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나를 의심하자. 유하의 짧은 시 '오징어'는 여기에 잘 들어맞는 정신일 것이다. "눈앞의 저 빛!/ 찬란한 저 빛/ 그러나/ 저건 죽음이다// 의심하라/ 모오든 광명을!" 오징어는 빛(집어등)을 쫓지만 그것은 죽음이다. 그 빛을 자본주의의 소비로 대입하면 소비 사회 인간의 비극이 드러난다. 그 빛을 대선 후보로 대입하면 유권자의 확증편향이 정치의 죽음, 공동체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를 의심해야 한다.